대곡교회 주일낮예배 설교

(20200322)약속의 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삼상 22장 1-5절)

청명하늘 2020. 3. 22. 15:42

약속의 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성경: 사무엘상 221-5(446)

찬송: 325(예수가 함께 계시니; 359), 543(어려운 일 당할 때; 342)

설교: 20200322. 주일낮예배

 

 

 

이 시간에 하나님께 예배하기 위해 나아온 여러분과 가정 위에 하나님의 풍성한 은혜와 복이 함께하시길 빕니다.

 

최근 가장 큰 관심사이자 근심거리는 코로나19 전염병입니다. 이 때문에 학기를 시작해야 하는 때가 이미 지났음에도 시작하지 못 하고, 한 달 이상을 늦추는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매일 가장 먼저 나오는 뉴스 역시 이 질병에 관한 것입니다. 매일 확진자 몇 명이 생겼는지, 사망자는 몇 명으로 늘었는지, 또 해제된 이들은 몇 명인지를 수없이 확인하곤 합니다.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늘었다 싶으면, ‘이게 언제 끝날 것인가?’ 하는 염려가 커지고, 수가 적게 늘었다면 그나마 곧 끝나겠지하는 마음이 커지게 됩니다.

 

이제는 이 어려움이 더 이상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문제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미국에도 검사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서 검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유럽 쪽 나라들에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환자들의 수가 엄청난 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특히 이탈리아의 상황이 아주 심각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하루에 수백 명씩 죽고 있습니다. 전체 사망자 수가 이미 4천 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그 외 스페인과 독일 등 선진국에서도 손쓸 수 없을 만큼 확진자들과 사망자 수가 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누구 할 것 없이 일상생활이 흔들리고 무너지고 있습니다. 사람이 몰리면 몰리는 것 자체가 위협이 되기도 하고, 사람이 안 오면, 또 안 오는 것 자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가 교회와 교인들에게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전쟁 중에도 멈추지 않았다던 예배를 중지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서울과 경기도, 대구, 경북에 있는 많은 교회들이 예배당을 폐쇄하고, 주일예배를 비롯한 모든 예배와 모임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예배당에서 예배하기를 고집하던 교회들 중 몇 곳에서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행정기관 등에서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지 말라고 당부한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니, 해당 교회로서도 그렇고, 개신교 전체가 져야 하는 어려움이 더욱 커졌습니다.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는 서울과 경기도내 교회들에게 예배를 드릴 경우, 발열을 확인하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교인들간에 2미터 거리를 유지하고, 식사를 제공하지 말라는 등의 제한 규정을 준수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어긴 교회에서 코로나19 전염병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그에 대한 비용을 청구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나마 전남북은 확진자 수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만, 가까이에 있는 교회들도 이에 대해 고민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목회자들끼리 만나거나 통화할 때마다, 예배를 어떻게 드리는지에 대해 묻는 것이 첫 인사가 되었을 정도입니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교회에서 모든 예배와 집회를 중단한 곳도 있고, 지금까지와 별다를 것 없이 드리는 곳도 있습니다. 주일낮예배만 드리는 곳도 있고, 한두 가지 예배와 모임만 제한해서 드리는 곳도 있습니다. 교회마다 사정에 따라 바꾸거나 유지하거나 하고 있지만, 고민의 흔적들은 어디나 마찬가지로 짙게 남아 있습니다.

 

평상시처럼 예배를 드리는 곳들은, ‘혹 교회 안에서 전염병 환자가 발생하고, 또 확산되면 어떻게 될까?’를 염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밀집된 공간에 모인 곳이라 드리지 말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는데, 그런 상황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게 되면 문제의 심각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로부터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일부 예배만 드리고, 예배 시간을 줄이는 것도 해결책이 되지 못 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주일낮예배 한 번 드리는 것과, 다른 예배와 집회까지 드리는 것에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국 예배를 아예 중단하고, 인터넷이나 영상을 통한 예배로 대체하는 교회들이 있습니다만, 이것 역시 온전한 해결책이 되지 못 합니다. 크고 여건이 되는 교회들은, 영상을 통해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할 수 있습니다만, 작은 교회들, 농어촌에 있는 교회들은 사실상 이게 불가능하죠? 그렇다고 예배 내용을 글로 적어서 보내드리는 것도, 글을 모르는 분들 때문에 역시 어렵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염병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는데, 무작정 예배와 모임을 중단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지금의 상황이 혼란스럽고 어려운 것 같습니다. 쉽게 답을 확정할 수 있다면, 이렇게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이지만, 어찌 되었든 상황은 주어졌고, 선택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어떻게 하는 게 좋은 것 같습니까?

 

오늘 설교를 준비하면서, 결론은 일찍 정하고, 부담이 덜 되도록 코로나19 전염병과 상관없는 다른 주제로 준비하려고 적잖이 고민하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가장 크고 중요한 문제에 대해 눈감고, 먼 이야기로 준비한다는 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늦추고 늦추다, 다른 때보다 꽤 늦어서야 설교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그 빈틈들은 꽤 많은 고민과 갈등으로 채워진 것 같습니다.

 

긴 고민과 생각 끝에서 조건 하나를 세웠습니다. 교회 밖 사람들의 논리로 보지 말자는 것입니다. 지금 교회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퍼붓는 사람들의 논리는 단순합니다. “전염병 확산을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고, 몇 교회들에서 확산된 경우가 있으니 쉬어야 한다. 교회에서 예배를 몇 주 쉬는 것이 뭐가 어렵냐?”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교회에 이런 논리를 들이대는 사람들은 식당이나 일반 가게들이 문 여는 것에 대해서는 비난하지 않습니다. 지난 목요일에도 읍내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12시가 되기 전에 들어갔음에도 손님들로 식당 안이 꽉 찼고, 나중에 온 사람들은 한참을 기다려야 할 정도였습니다. 전염병을 막기 위한 조치들이 있는지 돌아봤지만, 이전과 다른 모습을 찾지 못 했습니다.

 

전염병이 확산되기에는 식당이 훨씬 위험해 보였습니다. 같은 반찬 그릇을 쓰기 때문에, 젓가락질이 섞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 좁게 앉은 채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식당들이 모두 문을 닫고 쉬어야 한다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식당들의 생계가 달려 있기 때문이라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예배에 교회의 생계도 달려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영적인 생계도 달려 있습니다. 교회에서 예배하지 못 하는데, 어떻게 교회가 유지될 수 있고, 교인들에게 바른 신앙과 말씀이 전해질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은, 이런 것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교회가 모두 사라지는 한이 있더라도, 비난의 화살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이 문제를 어떻게 신앙의 관점에서 봐야 하겠습니까? 어떤 것을 하나님이 원하시는 모습이겠습니까?

 

오늘 본문에서는 다윗이 사울 왕의 위협을 피해 다니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지난 본문에서는, 골리앗의 고향인 가드로 다윗이 망명한 내용이 나왔습니다. 다윗은 그곳에서 살기 위해서 미친 사람처럼, 성문 문짝에 낙서도 하고, 수염에 침을 질질 흘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곳도 역시 위험하다는 생각이 이르자, 이번에는 이스라엘과 블레셋 경계에 있는 아둘람 굴로 피했습니다. 그랬더니 다윗의 형제들과 온 집안사람들이 왔고, 여러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 400명가량이 다윗을 찾아와 함께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곳이 안전하지 못 하다는 판단에, 다윗은 자기 부모님을 모시고 모압에 있는 미스베 지역으로 가서 그곳 왕에게 맡기고, 다윗 자신은 근처에 있는 산성에 머물렀습니다. 이때 갓 선지자가 다윗에게 와서, 그곳에 머물지 말고, 유다 땅 즉 이스라엘 지역으로 들어가라고 했고, 다윗은 그 말씀에 순종했습니다.

 

다윗이 자기 부모님을 모시고 모압으로 간 것은 아주 좋은 계획처럼 보입니다. 먼저는, 모압에는 사울 왕의 위협과 폭정이 닿지 않습니다. 당시 사울의 권력과 위협이 아무리 크고 거세더라도, 모압까지 미칠 수는 없습니다. 만일 모압에 있는 다윗과 그 부모를 죽이기 위해 사울이 온다면, 이스라엘과 모압은 전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윗의 입장에서 보면, 모압은 어느 정도 연결고리가 있는 곳입니다. 구약성경 룻기의 주인공인 룻이 다윗에게는 증조모가 되는데, 룻이 바로 모압 출신입니다. 다윗의 부모에게는 할머니의 출생지가 됩니다. 모압에는 룻을 아는 사람들, 또 룻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살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점들을 보면, 모압은 다윗은 물론이거니와 다윗의 부모에게는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한 자리입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이미 사울 왕은 다윗을 죽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악령에 붙잡히고,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을 주저하지 않고 저지릅니다. 폭정을 휘둘러서, 그 속에서 도저히 견디지 못 한 사람들이 모두 도망쳐야 할 만큼 위험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선지자를 통해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가도록 다윗에게 말씀하십니다. 이스라엘로 돌아간다고, 다윗을 지킬 만한 조건이 채워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윗과 함께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압제를 받은 사람들, 빚에 시달리고, 원통하고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의 수가 400명이나 되었지만, 다윗을 위해 싸우고, 지킬 만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힘 있고, 돈 있고, 배경 좋은 사람들이었으면, 산속 굴에 사는 다윗, 모든 지위와 힘을 잃고 살기 위해 도망 다니고, 숨어 다니는 다윗을 찾아왔겠습니까? 오히려 자신들이 보호를 받아야 할 만큼 힘없고 나약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다윗에게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가라고 말씀하십니다. 여전히 사울 왕의 서슬 퍼런 위협이 계속되고, 그렇다고 다윗을 지키고 보호해 줄 만한 사람들이나 자리 하나 없습니다. 아무리 봐도, 이스라엘에 있는 것은 미련하고, 어리석어 보이고, 모압에서 부모님을 안전하게 모시고, 나중을 도모하며 좋은 시기를 기다리는 게 좋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하나님께서 다윗으로 하여금, 모압을 떠나 이스라엘로 돌아가도록 하신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무엇보다도 다윗에게는 이스라엘이 약속의 땅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이 명령 속에는, 하나님이 다윗을 모든 위협과 어려움으로부터 건져주실 것일 수 있고, 그렇게 하시겠다는 약속과 계획이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사울 왕을 버리시고, 다윗을 다음 왕으로 세우실 것을 약속하셨습니다. 이 약속의 자리는, 안전하나 하나님을 섬기지 않는 모압 땅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약속하신 자리는, 하나님의 백성들로 선택되고 살아가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딛고 살아가는 땅입니다. 비록 사울 왕 같은 미친 사람의 위협이 계속되고 있고, 혼란과 고난이 가득하지만, 그러나 그곳이 하나님의 약속이 함께하는 땅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하나님이 다윗을 반드시 지키시겠다는 약속하신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돌아갈 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윗이 하나님의 약속이 깃든 땅으로 돌아간 것처럼, 우리가 돌아가야 할 자리 역시 하나님의 약속이 있는 깃든 자리입니다. 하나님을 찾고, 하나님께 예배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자리입니다.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이라면, 이스라엘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모압이 안전하겠지만, 그러나 하나님은 다윗을 모압의 왕으로 세우신 게 아니고,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우셨습니다.

 

안전과 전염병 확산 방지만을 위한 명목만이라면, 교회를 닫고, 예배를 중단하는 게 훨씬 더 안전하고 좋은 길이겠지만,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를 교회 밖의 사람으로 부르신 게 아니고, 교회 안 사람으로, 예배자로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바깥세상에서 안전하고, 편하게 사는 이들을 구원하시겠다고 약속하신 게 아니고, 교회 안에서, 믿음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구원하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러나 오해하지 마세요. 영상이나 글을 통해 드리는 예배가 잘못되었다거나, 하나님이 싫어하신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세상적인 기준으로 하나님과 교회와 예배를 바라보지 말고,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사람의 시선으로 상황을 보고 판단하는 게 옳다는 것입니다.

 

또 소금물로 바이러스를 모두 소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도만 하면 전염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씀드리는 것도 아닙니다. 최선을 다해 이를 이겨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또 이 지역까지 크게 확산되어 위험할 경우엔, 예배를 중단할 수도 있고, 더 심각한 경우엔 교회를 잠시 폐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그럴 정도가 아니니, 우리가 하나님의 약속과 은혜가 있는 자리에 머무는 게 옳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인도하심이 약속된 교회 안으로, 믿음 안으로, 말씀 안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회에는 천사 같은 사람들만 모여 있는 것 아닙니다. 신앙인들의 믿음이 허점과 오점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닙니다. 교회 안에도 잘못된 모습 있고, 심할 땐 세상보다 못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교회와 믿음 안에 하나님의 약속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구원하심이 이곳에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하나님의 약속이 담긴 자리로 돌아가도록 말씀하십니다. 이곳이 비록 험하고 거칠어도, 이 모든 것으로부터 하나님께서 직접 지키시고 함께해 주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각한 전염병에 지나치게 근심하지도 말고,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처럼, 믿음의 자리로 돌아가고 머묾으로써, 약속된 자리에서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인도하심으로 모든 어려움을 이기고, 자녀에게 베푸시는 은혜와 사랑으로 날마다 승리하는 자녀들 되시기 바랍니다.